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한 3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준비하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검경 각자 수사책임제’를 4번째 국정과제로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사표현이자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대선 공약집에서 검찰 관련 사법개혁은 맨 마지막 순서였다. 선거 때 민생을 돌보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정치권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협조는커녕 주도권 다툼을 일삼고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한국은행 총재 인선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이쯤 되면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래 역대급 신구 정권 간 갈등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갈등이 윤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여야가 경제난 대처를 뒷전으로 미뤄놓은 채 정쟁을 일삼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내외 경제 상황은 엄중하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8년
선거 때만 되면 각종 개발공약이 난무한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토목공사가 빠지지 않는다. 공항을 비롯해 철도·고속도로 건설이 대표적이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공항이 하나씩 생긴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가 예외일 리 없다. 4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계획을 의결했다. 숱한 논란이 일었던 거대한 토목사업을 밀어붙일 요량으로 지난해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손잡고 특별법을 제정하더니만,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엔 정부 차원에서 ‘대못’을 박았다. 이튿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역균형발전 비전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당선인의 8개 지방공항 공약을 모두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가덕도·대구경북·제주2·새만금 등 4대 신공항을 건설하고, 무안·청주·서산·울산을 비롯한 기존 4대 공항을 확장하는 내용이다. 임기를 10여일 남긴 정부나 출범을 10여일 앞둔 새 정부 가릴 것 없이 지방공항 건설사업을 거론하고 나섰다. 신구 정권 공히 공항건설 프로젝트를 내세운 것은 지방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지역개발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교통부가 국무회의에 올린 가덕도신공항
▲ 인플레이션은 서둘러 진화하지 않으면 잡기 힘들다. 새 정부가 공약 이행을 명분으로 재정으로 과도하게 풀어선 안 되는 이유다.[더스쿠프=뉴시스]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S 공포(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0%로 수정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물가 터널’로 접어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지난 1월 전망과 비교하면 성장률을 0.5%포인트 낮추고 물가는 0.9%포인트 올렸다. 불과 석 달 만에 이렇게 큰폭으로 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IMF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국내외 기관의 성장률 하향 조정이 잇따를 전망이다. 최근 세계 경제 상황은 코로나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되리란 기대가 사그라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다시 고꾸라지는 모습이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4.4%에서 3.6%로 낮췄다. 세계은행(WB)도 같은날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1%에
▲ 한국경제가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면 신구 정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협치가 필요할 때다.[더스쿠프=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한국은행 총재 공석 상태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국내 물가가 10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데다 미국이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 등 쌍끌이 긴축을 예고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금통위가 합의체 의사결정기구로 총재 한 사람에 의해 통화정책이 좌우되지 않음을 입증했다. 이번 금통위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총재가 공석인 상태에서 열려 회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신구 권력간 갈등으로 지명이 늦어진 이창용 총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19일에야 열린다. 각종 경제지표는 금통위에 강력한 인플레 파이팅을 요구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10년 3개월 만의 최고치다.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수입물가도 7.3% 뛰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 다른 품목의 물가 상승을 압박한다. 해
▲ 물가관리는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이자 새 정부의 능력을 판가름하는 중대한 숙제다.[더스쿠프=뉴시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리터(L)당 2000원을 넘나드는 기름값에 운전대 잡기가 겁난다. 10만원 들고 나가 장바구니 채우는 것도 힘들다. 찬거리를 사다 보면 1만원짜리 지폐가 잔돈처럼 여겨질 정도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 4%대 물가상승률은 2011년 12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물가 오름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가 풀리면서 전 세계 소비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었는데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에너지, 원자재, 곡물 수급체계 전반이 흔들렸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자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긴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 금리인상에 이어 5월 초 양적긴축에 돌입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중반 미국 금리가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현재 1.25%이니 앞으
▲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한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원이 부족하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더스크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 19일 만에 회동한 3월 28일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국고채 2년·3년·5년물이 일제히 20bp(1bp=0.01%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미국발 금리인상 및 통화긴축이라는 외부 요인에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적자국채가 대거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가세한 결과다. 윤석열 당선인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2차 추경 편성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선인 측은 본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지만, 지금까지 세출 구조조정으로 수십조 재원을 마련한 역사는 없다. 결국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조달할 테고, 이는 채권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본예산 중 절반은 교부금, 채무상환, 법정부담금(연금·건강보험), 사회보장지출 등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으로 정해진
▲ 협치가 실종된 분노의 정치는 정치혐오를 넘어 국민을 절망시킨다. 신구 권력 모두 국민을 바라봐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은 정치가 국민의 삶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 행태를 걱정하는 특이한 나라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 불발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에 대한 반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법무부 업무보고 보이콧 등 사상 초유의 신구 권력 힘겨루기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국민을 신물나게 한다. [※ 참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8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첫 회동을 갖는다. 대선이 치러진 지 19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려 성사된 만남이다.] 대내외 경제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세계는 신新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그 여파로 원유와 밀 등 곡물,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성장둔화란 2중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연내 6차례 금
▲ 리쇼어링 기업에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도와야 한다. 유턴기업에 최대 50억원을 지원하는 대구시의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사진=대구시·더스쿠프 포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정세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대對 중국·러시아 간 ‘신新냉전’ 구도로 변화하면서 외부의 경제적 공세에 맞서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경제안보(econo mic security)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주요국들이 중국·러시아에 치중된 글로벌 공급망과 해외사업의 재편과 다변화를 꾀하면서 해외로 나간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에 관심을 쏟고 있다.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노출했다.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중국 내 생산에 의존했던 자동차 배선뭉치가 제때 수입되지 못해 국내 완성차 공장이 조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자 그동안 중시돼온 ‘비용 절감’ 못지않게 ‘공급의 안정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 민심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한번 해보라’고 기회를 주면서도 충분한 지지를 몰아주진 않았다. 국민과 소통하며 옳은 일을 가려서 해야 할 책무가 윤 당선인에게 주어졌다.[더스쿠프=뉴시스] 국민의 심판은 준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8.56% 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7.83%.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가장 적은 표 차이(0.73%포인트·24만7077표)로 당락을 가른 20대 대통령선거는 냉정하고 무서운 민심을 엿보게 하고 여러 숙제를 남겼다. 국민은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져온 진보-보수 권력의 10년 주기를 5년으로 단축했다.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과 장모를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 등 문제가 불거졌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부동산값 폭등, 양극화 심화, 청년실업 등 현 정부 5년의 실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시도별 득표 상황을 보면 얼추 서울에서의 표 차이(31만766표)만큼 이 후보가 총 득표에서 밀렸다. 그만큼 서울 시민의 집값 민감도가 컸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이 후보는 호남에서, 윤 당선인은 영남에서 각각 싹쓸이에 가까운 표를 얻음으로
▲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고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더스쿠프=뉴시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폭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ㆍ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혼란 등이 심화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부존자원이 빈약한 한국 경제로선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난제들이다. 발등의 불은 고유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간 2월 24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3월 2일에는 110달러 벽도 뚫었다.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11년 만에 비상 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에선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한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와 서방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출에
▲ 코로나19 쇼크가 지속되는데도 한국 경제가 버텨낸 건 교역에서 벌어들인 외화 덕분이었다. 정부가 무역적자가 울리는 경고금을 흘려듣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나라살림의 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와 대외 지불능력 척도인 경상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 경고등이 켜졌다. 잦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출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입으로 나가는 달러가 많아지면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내게 생겼다. 정부 수입과 지출의 차이인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12조원), 2020년(-71조2000억원), 2021년(-30조원)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도 1차 추경을 반영해 이미 70조원 적자고, 대선 이후 2차 추경이 나오면 적자가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것도, 100조원대 적자도 사상 처음이다.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기업들의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흑자 덕분에 국가신인도가 유지됐는데 이마저 흔들릴 상황에 처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4억50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한두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보다 과학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하되 단계적 출구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더스쿠프=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오미크론이 국내 우세종이 된 1월 셋째주 이후 매주 곱절씩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2월 마지막주 13만~17만명, 3월 초에는 20만~36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은 2월 둘째주에 해외 주요국 수준을 넘어섰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만명 당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60명(2월 8~14일 기준)으로 방역을 대폭 완화한 영국(1018명)보다 많다. 일본의 1.6배, 미국의 2.3배 수준이다. 그나마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경우가 이렇지 경증과 무증상자가 많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상 ‘숨겨진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확진자 발생이 아직 정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대유행의 정점이 언제일지, 어떤 규모일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새 의료ㆍ치안ㆍ소방ㆍ교육